수학기초소양 수업을 마치며.. 

 

  약 11개월동안 손도 대지 않았던 수학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중학교 때 수학문제를 열심히 풀었었지만 좋아하지는 않아서 검정고시 공부를 미리 하자는 마인드로 수학기초소양 수업에 임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난이도가 있는 문제들을 풀게 되었고 한동안 정지되었던 수학적 사고력을 다시 자연스레 하기 시작했다. 이때만 해도 나의 수학적 거리두기는 3단계였다.

  내가 한 학기 동안 풀었던 범위는 고등수학 <다항식>, <방정식과 부등식>이다. 한 학기 동안 풀었던 범위치고는 적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검정고시 공부와 수학사 공부를 함께 병행하면서 초등학교 수준부터 대학교 강의 수준까지 오가는 최익준 선생님의 열렬한 강의가 있었다. 쉽게 설명해주신 덕분에 수 체계부터 미적분까지의 개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는 수학문제를 풀고 정답을 맞추기에만 초점이 맞춰져있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최익준 선생님의 수학 강의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었다. 이것이 수학기초소양의 묘미라면, 묘미였다.

  수학문제는 '수학플러스러닝'이라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를 이용하여 풀었다. 온라인으로 문제를 풀면서 느꼈던 장점은 내가 틀렸던 문제를 숫자만 바뀌어서 같은 유형의 문제가 계속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학습 사이트는 3번 이상 틀리면 그 유형 문제는 내일이 되어야 풀 수 있었다. 이 점은 불편하였다. 연습장에 수학문제 풀이를 적어가면서 풀었는데, 마구잡이로 풀지 않고 식을 적어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다 보니까 논리적 사고도 기를 수 있었다. 이것은 중학교 때부터 해왔던 습관이라 중학교 때 기억도 많이 났고 열심히 적었던 연습장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

  과제로 수학문제를 풀고 수업시간에 모르는 문제를 공유하고 같이 풀어보고 질문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들이 모르는 문제를 내가 가르쳐주고 내가 모르는 문제는 친구들이 가르쳐 주었다. 그저 정답풀이만 보고, 선생님의 설명만이 아니라 학생들끼리 수학문제풀이를 서로 가르쳐주고 해결하는 것은 상호작용을 더 잘 일으킨다는 장점이 있다. 가끔은 선생님이나 전문가의 설명보다 또래의 설명이 이해가 더 잘 될 때가 있는데, 이때 또래의 가르침 장점을 잘 활용한 것 같다. 

  또한 칠판 앞으로 나가서 내가 직접 선생님이 되어보기도 했는데, 내가 아는 것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상대방의 이해수준을 고려하고,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어떻게 하면 상대방에게 잘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였다. 이 과정에서 메타인지능력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고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능력인 것 같다.

  수학기초소양에서 수학이 다양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수학은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수학도 나름 매력있는 교과인 것 같다. 특히나 최익준 선생님의 강의가 내게는 마냥 진부했던 수학의 매력을 가장 크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나의 수학적 거리두기는 3단계에서 2.5단계로 하향할 수 있었다.



수학사 발표 PPT 자료 모음 ⬆

  명화와 함께 떠나는 수학사를 읽고 PPT를 직접 만들어서 발표를 몇 차례 하게 되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 속에서 수학사의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것을 배웠다. PPT 발표자료를 만드는 속도가 빨라졌고 내가 내 머릿 속에서 이해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PPT 슬라이드 한 장면 한 장면을 구성하는 법과 다른 말로 쉽게 바꿔서 설명하는 법을 배웠다. 평소에 "PPT 발표자료를 만들어서 발표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라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수학기초문제만 풀 줄 알았던 수업에서 발표하는 과제가 있어서 좋았다.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역사 관련이여서 더 흥미롭게 과제에 임할 수 있었다.

  내가 준비했던 발표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집트 문명과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다루었던 수학이다. 두 문명에서 처음으로 수학을 다루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고, 메소포타미아 인들은 진흙판에다 기록을, 이집트인들은 파피루스라는 갈대로 종이를 만들어 기록하였다. 파피루스 갈대로 만든 종이책은 많은 전쟁을 거치면서 불에 타버렸고, <린드 파피루스>, <모스크바 파피루스>만 남아있다. 그에 비해 진흙으로 만든 판은 기록하기에는 파피루스보다 불편했지만 전쟁이 나서 불에 타면 더욱 단단하게 굳어졌다. 지금도 많은 고고학자와 역사학자에 의해 발굴되어 해독되고 있다.

  메소포타미아인이 사용한 수학은 루트와 60진법이 있다. 태양을 보고 달력을 ‘월' 모양으로 만들어 사용했고, 자연스럽게 각을 발견했다. 역수, 제곱, 세제곱에 대한 표도 만들고 빚에 대한 이자 계산에 유용한 거듭제곱표도 사용하였다. 루트 2를 60진법으로 1:24, 51, 10으로 표시한 점토판이 발견되기도 했는데, 이는 소수점 아래 다섯번째 자리까지 정확하다. 그들은 피타고라스가 태어나기 1000년 전부터 피타고라스 정리를 알았다. a² + b² = c²을 증명하지는 못했지만 실제로 활용은 하였다. 이 정리는 사실 메소포타미아뿐 아니라 이집트, 인도, 중국 등 고대 문명의 발생지에서 모두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기원전 4000년 전부터 두 문명 모두 매우 뛰어난 수학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학은 기독교와는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해왔었는데, 수학문제만 풀지않고 수학사도 공부하면서 수학 또한 하나님이 이 세상에 심어놓은 창조질서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강명구 교장선생님께서 복음사경회에서 말씀해주신 괴델의 신 존재 증명과 불완전성 정리가 떠오르면서 더욱 흥미롭게 공부하였다. 그리고 수학사는 하나님이 심어놓으신 창조질서이지만 인간이 발견해내는 것이기에 유클리드 기하학과 같이 틀린 논리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배웠다. 

  수학사를 공부하면서 단순한 수학사 지식뿐 아니라, 내가 관심없었던 수학이 이 세상에서 어떠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주었다. 그저 수학문제만 풀 것이라 생각했던 수학기초소양 수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또한 중학교 때 악연이라 생각했던 수학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게 해주었고 흥미롭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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